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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가장 유명한 첫 구절을 가진 시『황무지(The Waste Land)』해석

by 올커니 2022.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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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칼럼의 제목으로도 자주 인용되는 이 문장은 T.S.엘리엇의 『황무지(The Waste Land)』의 첫 구절이다. 가장 유명한 첫 문장을 가진 『황무지』는 어떤 시일까? 이 문장은 왜 가장 유명한 구절이 되었을까?



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되었을까?

pixabay.com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봄은 매년 똑같은 온도를 가지고 우리를 찾아온다. 겨우내 언 대지를 녹이고 만물을 돋아나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봄에 대한 인식은 "시작"과 "따뜻함"이다. 그러나 『황무지』의 시인 T.S.엘리엇의 생각은 다르다. 봄은 죽은 땅에서 억지로 생명을 깨우는 존재일 뿐이다.

picryl.com

그렇다면 그는 왜 4월의 봄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첫 번째 이유로는 작가가 비슷한 계절에 큰 상실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소중한 대상을 잃어버린 기억을 가지고 시를 써 내려갔다는 것이다. 이는 상당히 설득력 있다. 왜냐하면 『황무지』 곳곳에 전쟁으로 죽은 이 대상을 묘사하는 내용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로 이 시가 쓰여진 1차 세계대전 직후 시대적 상황과 연관된다. 세계 1차 대전은 1918년 말에 종전되었고, 『황무지』는 1922년에 쓰였다. 전쟁을 거치며 현대 사회는 메말랐고 황폐해졌다. 작가는 전쟁을 경험한 서구인들의 시선으로 봄을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재생이 불가능한 현대 사회에 봄은 사람들을 자꾸 움직이게 만든다. 삶의 동기와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만든다. 마치 다리가 부러진 사람들에게 목발을 던져주며 뛸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처럼.

이 이유를 뒷받침하는 구절은 『황무지』 1장에 등장한다.

Under the brown fog of a winter dawn,
A crowd flowed over London Bridge, so many,
I had not thought death had undone so many.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아래
수많은 군중들이 런던교 위를 줄지어 나아갔다.
죽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망쳤다고 나는 생각도 못했다.


1장 Unreal city에 있는 이 구절은 『황무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잘 묘사되어 있다. 희망 없는 삶의 분위기 속에 새벽의 안개 속을 줄지어나가는 군중들, 그 위로 뿌려지는 새벽의 안개, 그 분위기는 시의 제목과도 매우 관련이 깊다.



어쨌든 삶은 계속된다

pixabay.com


『황무지』는 434행이나 되는 길고, 난해하고, 어려운 시다. 특히 엘리엇의 시는 고전에서 인용하는 부분이 많아 다양한 작품을 공부해야만 그의 시의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시를 좋아하는 건 "삶은 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든 계속된다"는 메시지 때문이다. 상실감과 허탈함 속에 있든 환희와 희망 속에 있든 계절은 바뀌고 삶은 계속된다. 새로운 생명 뒤에는 죽음이, 죽음 안에서 다시 생명이 태어나기를 반복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존재(existing)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기(living)하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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